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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속연구소] “우리의 걸음은 염원이 된다”...평화순례 떠난 민추본 - 불교신문(23.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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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541회 작성일 23-11-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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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민추본, 10월31일 정전 70년 맞아
‘평화 기원 금강산 평화순례길 걷기’ 진행
동국대 북한학과 학생 등 80여 명 참석해

한국 최북단 지역 고성 DMZ평화의길 찾아
고성 미륵대불 앞서 ‘평화염원’ 입재법회도

굳게 닫힌 철문을 열고 몇 발자국 들어서면 아득한 금강산 절경이 펼쳐진다. 누군가는 감탄했고, 누군가는 고향을 그리워하던 아버지를 생각했다. 또 어떤 이는 이름 모를 젊은이들의 피와 땀을 떠올렸다. 대한민국의 최북단이자 평화와 긴장이 공존하는 ‘고성 DMZ평화의 길’. 이곳을 80여 명 불자들이 평화통일을 향한 염원을 담아 걸었다.

조계종 민족공동체추진본부(본부장 태효스님, 이하 민추본)가 평화순례를 떠났다. 남북 관계의 경색,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대립 등 급박한 국제 정세 속에서도 평화를 향한 움직임을 계속 이어가는 것이다.

민추본이 10월31일 진행한 ‘평화기원 금강산 평화순례길 걷기’는 정전 70년 행사를 갈무리 짓는 순례다. 민추본은 올해 상반기 평화기원 정진, 문화제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고, 올해 마지막 목적지는 고성으로 정했다.

고성은 금강산이 보이는 접경지역으로, 남한 땅에서 북으로 갈 수 있는 최북단 지역이다. 추상적 분단이 구체적 현실로 다가오는 현장이다. 이날 민추본이 찾은 곳은 고성 DMZ평화의 길 A코스로, 통일전망대를 출발해 해안전망대와 통전터널을 지나 남방한계선까지 왕복 3.6km을 걷는 길이다.

순례에 앞서 입재법회가 열렸다. 고성 통일전망대 미륵대불 앞에서 80여 명의 참가자들이 모였다.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 회원들을 비롯해 조계종 제3교구본사 신흥사 포교사들도 함께했다. 순례단을 격려하기 위해 화암사 주지 대현스님, 건봉사 포교당 주지 현담스님, 화암사 부주지 무문스님, 금강삼사 주지 원담스님, 원각사 주지 설혜스님, 신흥사 정견스님과 서원스님, 민추본 집행위원 정응스님도 참석했다. 지승섭 고성군 부군수 및 고성군 관계자들도 자리했다.

이번 행사에는 특별한 참가자도 왔다. 동국대 북한학과 학생들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장(민추본 이사)은 “대학생 전법이 중요한 시기, 학생들이 현장을 직접 본다면 학문에 대한 열정과 평화통일에 대한 의지를 키우는 계기가 될 것 같아 참석했다”며 “학생들이 민들레홀씨처럼 평화와 전법을 널리 알리는 사람으로 성장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민추본 사무총장 덕유스님은 행사에 도움을 준 이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이어 국제 정세를 언급하며 어느 때보다 ‘평화’의 가치가 높아지고 있는 시기임을 강조했다. 스님은 “이번 행사는 남북이 하나 되는 통일로 가는 길이자 대립과 갈등을 극복한 평화의 길”이라며 “현재 금강산을 향하는 길은 다시 막혀있지만, 다음에는 군사분계선을 넘어 금강산까지 걷도록 많은 분의 뜻을 모아 이곳 미륵부처님 앞에 간절히 발원한다”고 말했다.

화암사 주지 대현스님은 정전 70년이 다가오며 상념에 잠겼던 날들을 털어놨다. 스님은 “가끔 산 자는 죽은 자들에게 빚이 있다는 생각에 잠기곤 했다”며 “아직까지 남과 북은 단절돼 있지만, 우리의 손짓과 몸짓, 외침이 한국전쟁에서 희생된 영가들에게 전해져 다시 이 땅에 평화와 화해, 공존과 번영의 불씨로 살아나길 기도한다. 이 자리에 있는 분들이 발원의 불씨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격려했다.

지승섭 고성군 부군수도 “우리 고성은 가장 최북단 지역이자 전쟁의 아픈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 곳”이라며 “오늘 이곳에서 자유와 평화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옆에 있는 소중한 분과 멋진 추억까지 만들어 가시길 바란다”고 환영했다.

동참대중은 두 손을 모았다. 민추본을 대표해 정재호 포교사, 평화통일을 이끌어갈 미래세대를 대표해 강연지 동국대 북한학과 학생이 나란히 서서 발원문을 낭독했다.

“하늘과 땅은 아무런 경계가 없으나 우리의 마음이 남과 북을 나누고 있으니, 서로의 마음 안에 자비의 연꽃을 피우겠습니다. 불자 모두의 걸음걸음이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염불소리로 겨레 모두에게 전해지기를 원하오며, 우리가 서원하고 행하는 이 길에 자비광명으로 함께 하소서.”

입재법회를 마친 동참대중은 발걸음을 옮겼다. “수많은 사람들의 피와 땀이 녹아든 곳을 지금부터 걷는다”는 해설자의 당부와 함께 굳게 닫힌 철문이 열렸다. 금강산 마지막 봉우리인 구선봉, 바다 위 금강이라 불리는 해금강, 하얀 포말에 휘감긴 송도 등 절경이 펼쳐졌다. 동참대중은 해설자의 설명 따라 눈도 분주하게 옮겼다. 발걸음으로 닿을 수 없고, 보안상 이유로 카메라에 모두 담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가파른 계단 아래로 내려가자 또 다른 세계가 펼쳐졌다. 아름다운 절경과 전쟁의 상흔이 뒤섞인 풍경이었다. 비무장지대로 향하는 길인데, 갈대밭과 바닷가를 사이에 두고 두 개의 철책이 놓여있었다. 바닷가 쪽 철책에 닿이면 군인이 출동하고, 갈대 쪽 철조망에는 미처 수습되지 못한 지뢰지대가 있다. 동참대중은 그 사이를 한 줄로 서서 한 걸음, 한 걸음 내딛었다.

묵묵히 걷던 정재호 민추본 회원은 “민간인이 쉽게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닐뿐더러, 70여년 전부터 지금까지도 젊은 청춘들의 피와 땀이 녹아있는 길이기에 신기하면서도 마음이 착잡하다”며 “끝까지 걸어서 진짜 평화의 길이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다른 회원은 “북을 바라보니 고향을 그리워하던 아버지가 생각나 뭉클하다”고 전했다.

길은 철책 따라 계속 이어졌다. 50분 가량 걸어, 한국전쟁을 거치며 폐쇄된 동부북부선 철길(북한 원산~강원 양양)을 지나 ‘비무장지대’까지 다다랐다. 민간인이 걸어서 갈 수 있는 최북단 지역이다. 민추본을 반긴 것은 표지판이다. 표지판에는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가 관활하는 비무장지대로 진입하고 있는 중”이라고 적혀있었고, 그 아래 노란 블록의 남한분계선이 놓였다. 회원들은 이곳에서 오랜 시간 머물며 풍경을 눈에 담았다.

순례는 금강산전망대를 방문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전 코스에서 정해진 곳에서만 촬영을 할 수 있었기에, 순례를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는 아름다운 풍경을 공유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곳곳에서 나왔다. 시간이 얼마나 흐르면 갈 수 있을까, 화암사 부주지 무문스님은 “나 자신의 평화부터가 시작”이라고 말했다. 내면이 평화로워야 주위에 평화로운 기운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스님은 “내 마음이 평화롭지 못한 채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 평화를 전할 수 있겠나”라며 “내면의 평화를 모아 한반도 전역까지 전해보자”고 말했다.

금강산 절경을 바라보던 박래경 동국대 북한학연구소 연구원은 삼국지 명언을 떠올렸다. 박래경 연구원은 “갈라졌으면 마침내 하나가 된다”며 “그날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문정민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학생(3학년)은 “과거라는 시간대가 머나먼 세계처럼 느껴졌지만, 순례를 통해 결국 우리가 해결해야할 문제임을 알았다”며 “평화통일을 이뤄 오늘 본 예쁜 풍경을 SNS에 자유롭게 공유하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길은 사람들의 자취다. 한 사람 걷고, 다른 사람이 뒤이어 걷고, 또 걷다보면 길은 우리들의 염원이 된다. 이날 동참대중은 길을 걷다 평화통일을 향한 염원을 모았다. 언젠가 철책이 아닌 해안길 따라 금강산을 완주하고, 자유로이 사진을 찍고, SNS에 이를 널리 공유할 날도 함께 꿈꿨다.

진달래 기자 flower@ibulgy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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